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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헤어질 결심

미결이란 무엇인가. 결말이 없다는 것이다.

결말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끝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하다는 뜻이리라.

스스로 마침표를 찍지 않음으로 영원한 사랑을 택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내용> 스.포.주.의

형사(박해일) 산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남성의 사건을 맡는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상황에 타살이라면 유력한 용의자인 사망인의 아내(탕웨이)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의심하다, 지켜보다, 마침내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결국 여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가 그의 품격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며 붕괴된 순간 여자는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가 영원히 잠도 못자고 자신의 생각만 하도록 자기 자신의 존재와 마음을 미결로 남기고자 한다.

 

짧디 짧은 시간동안 만나 강렬한 추억만을 남겨둔 끝나버린 사랑을 그리는 영화나 소설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고전이자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명함도 못내민다는 소설 소나기가 있다. 

보통 이런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은 너무나 사랑하지만 넘을 없는 현실의 장벽으로 애절하게 헤어지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본격 주인공이 본인을 상대방에게 박제하고자 미결을 의도한다.

 

전자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슬픔이 물밀듯 밀려오며 '정말 둘은 헤어져야만 했나, 으이구 바보 달려가 안아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밤새 잠을 이루고 자꾸만 회한의 감정이 치미는 것이 마치 내가 이별한 듯한 감정이 든다.

그러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는 그저 여자의 선택에 대한 기발함과 그런 선택을 하게 사랑의 깊이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새드엔딩에 가까웠지만 아마도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결정이었을 거라는 납득으로 결말이 그다지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고백조차 중국어로 들어서 제대로 알아 듣고, 존재마저 사라진 그녀를 애타게 찾는 남자의 몸짓에서 그의 슬픔과 갈구가 오래 갈것임을 느꼈다.

치밀한 여자 탕웨이.. 왜 그렇게 나쁩니까?

남자주인공이 아닌 관람자의 시선에서는 너무나 명백한 결말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이 영화가 계속 생각난다면 그것은 남자주인공에 이입해 탕웨이와 사랑에 빠진 덕분일거라고 생각한다. 

 

박해일의 대사를 빌리자면 헤어질 결심은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감정을 물들인다. 

 

(나만) 흥미로웠던 영화의 이모저모

* 감독과 작가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주인공을 탕웨이로 점 찍어 두어 중국인 여자라는 캐릭터가 만들어 졌다.

* 마지막 해변 신에서 바다의 물결 모양은 탕웨이를 형상화 했다.

* 박해일이 중간에 맡았던 다른 사건은 (박정민이 범인이었던) 영화 결말을 암시한다.

  박정민이 했던 대사 (대략) 여자는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와 자요 ? 했던 질문은

  탕웨이의 대사 ' 그런 남자들하고만 결혼할까요' 일맥상통하고 박정민이 결국 죽음을 선택했던 것까지.

* 탕웨이가 즐겨보던 사극은 원래는 선덕여왕의 장면을 가져오려고 했었다고 한다.

   딱 맞는 대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작권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대사 궁금하다.

* 영화의 결말을 상상하는 사람들 중에 박해일이 혹여 자살을 택하는 지에 대한 물음에 감독은 그건 아닐거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가 살아서 자신을 계속 해결하고 싶은 사건처럼 대하길 바랬을 것이기 때문.